주말 잠실에서 LG 트윈스와의 2연전을 모두 내주며 4승 8패, 리그 9위라는 예상 밖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KIA 타이거즈. '절대 1강'이라는 평가가 무색할 만큼 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에 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주포 김도영의 부상, 공수의 핵 박찬호의 이탈 등 악재가 겹친 가운데, 이범호 감독은 타선에 변화를 주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외국인 타자 위즈덤의 활약이 KIA에게 한 줄기 희망이었습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88홈런을 기록한 위즈덤은 시범경기 부진을 딛고 개막 후 2번 타자로 배치되면서 연일 맹타를 휘둘렀습니다.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4경기 연속 홈런포를 터뜨리는 등 무서운 기세를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6일 LG전, 박찬호의 복귀와 함께 5번 타자로 자리를 옮긴 위즈덤은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하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특히 0-4로 뒤진 7회 1사 3루 찬스에서 범타로 물러난 장면은 뼈아팠습니다.
이범호 감독은 위즈덤을 5번에 배치한 이유에 대해 원래 중심에 있어야 하는 선수다. 박찬호도 돌아왔고, 이우성도 컨디션이 괜찮아 박찬호-이우성-나성범-최형우-위즈덤 순으로 타순을 짜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위즈덤이 한국 야구에 적응을 마쳤고, 장타력을 회복했다는 판단하에 그 앞에 주자를 모으고 해결해주기를 바란 것입니다. 하지만 위즈덤이 5번으로 이동하자마자 파괴력이 사라져 버리면서 이 감독의 구상은 엇나갔습니다.
결과적으로 6일 LG전은 타선 침체 속에 1-5 패배로 끝맺었습니다. 이 감독은 5점을 내야 이기는 상황이라,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일까 고민했다고 말했지만, 위즈덤의 침묵은 뼈아팠습니다. 이 감독의 말대로 위즈덤 2번 카드는 고육지책이었습니다. 박찬호, 최원준, 김선빈 등 빠르고 컨택트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앞에서 출루를 해주면 위즈덤이 중심에서 해결을 해줄 때 KIA 타선은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범호 감독은 위즈덤 중심 카드를 계속 밀고 나갈까요? 일단 LG전은 타선 침체로 상황이 꼬이며 위즈덤 앞에 주자가 모인 상황이 많지 않았기에, 중심 타선 실험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KIA 타선이 조속히 해법을 찾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 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