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마운드의 살아있는 전설, 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철완 투수 저스틴 벌랜더가 야구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습니다. 오랜 세월 리그를 지배했던 그가 다가오는 2026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것이라는 공식 발표는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과 동시에 그가 걸어온 위대한 발자취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고관절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현재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그는, 단 한 차례의 등판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05시즌 디트로이트에서 데뷔해 21시즌 동안 빅리그를 누빈 벌랜더는 커리어의 시작과 끝을 모두 디트로이트와 함께하며 팬들에게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의 통산 기록은 선발 556경기, 3571.1이닝, 평균자책점 3.33, 266승 159패, 3554탈삼진으로, 그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벌랜더의 경력은 수많은 영광으로 가득합니다. 2006시즌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을 거머쥔 것을 시작으로, 2011년, 2019년, 2022년에 걸쳐 무려 세 차례나 사이영상을 수상했습니다. 특히 2011시즌은 그야말로 벌랜더의 시대였습니다.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에 석권하며 평균자책점 2.40, 24승, 250탈삼진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리그를 평정했습니다. 은퇴 발표에서 그는 “기록이나 숫자, 혹은 달력의 날짜 때문에 은퇴하고 싶지는 않았다. 야구가 나에게 ‘이제 그만할 때’라고 말해주기를 바랐다”며 지난 몇 달 동안 그 시기가 왔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올 시즌 마지막까지 팀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지만, 올 시즌이 그의 마지막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이미 메이저리그 명예의전당에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벌랜더는 단순한 에이스를 넘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의 미덕을 가장 충실하게 지킨 선수였습니다. 2007시즌 201.2이닝을 시작으로 2019시즌 223이닝까지, 무려 13년 동안 12차례나 시즌 200이닝을 넘어서는 경이로운 내구성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2011시즌에는 무려 251이닝을 던지며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투혼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현대 야구에서 각 구단은 선발 투수에게 ‘긴 이닝’보다는 ‘최소 실점’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기에, 벌랜더는 어쩌면 ‘할 수 있는 한 마운드 위에서 버티는’ 마지막 선발 투수로 기억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는 탁월한 기량뿐 아니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꾸준함으로 오랜 시간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2004년 전체 2순위로 디트로이트 유니폼을 입은 벌랜더는 2017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기 전까지 구단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얼굴이었습니다. 그는 절대적인 에이스로서 마운드를 지키며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디트로이트의 4시즌 연속 지구 우승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비록 디트로이트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얻지 못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그는 휴스턴 시절이던 2017년과 2022년에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며 숙원을 풀었습니다. 휴스턴,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디트로이트로 돌아온 것은 그의 선수 경력 마지막을 시작했던 팀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던 깊은 염원이 담겨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은퇴 성명에서 그는 “내 모든 것이 시작된 디트로이트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건 더없이 뜻깊은 일”이라며 특별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리그에서 가장 강한 내구성을 자랑했던 벌랜더조차도 43세의 세월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는 \내 몸은 예전처럼 내가 버틸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오래도록 나를 지탱해줬던 오른팔은 지금도 아주 좋지만, 신체 다른 부분들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벌랜더는 클레이턴 커쇼, 맥스 셔저, 잭 그레인키와 함께 21세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였습니다. 한국 팬들에게 ‘커벌셔그’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 4인방의 시대도 이제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커쇼와 그레인키는 이미 마운드를 떠났고, 벌랜더는 올 시즌을 끝으로 작별을 고합니다. 셔저만이 현역으로 남아 있지만, 그의 남은 커리어 역시 길지 않을 것입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벌랜더의 은퇴 선언 직전 그를 올스타전 ‘레전드 픽’으로 선정하며 그의 업적을 기렸습니다. 오는 15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저스틴 벌랜더의 모습은, 단순한 은퇴를 넘어 한 시대의 막을 내리는 상징적인 순간이 될 것입니다. 그의 빛나는 마지막 시즌에 따뜻한 응원을 보내며, 그의 위대한 여정을 함께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